크리스찬 타임스 연재. 제196회.

“우리는 십자가에 죽지 않고 죽은 척을 합니다.”
후로리다 작은 도시에 작은 교회지만 부족한 우리부부의 사역을 위해 중보기도해 주시며 매월 사역비를 보내 주시는 교회가 있습니다.
성도 수는 많지 않지만 목사님을 중심으로 아름답게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교회에 세 번째 가게 되었는데 보이지 않는 집사님이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시험이 들어 교회에 나오지 않는다고 하여 토요일 오후에 찾아 갔는데 집안에 희미하게 불은 켜져 있었지만 아무도 없었습니다.
주일 아침 예배 전에 또 찾아 갔는데 문이 굳게 잠겨 있어 만나지 못하고 예배시간에 간증과 선교보고를 했습니다.
성도들과 기쁨의 악수를 하며 사진도 찍었지만 보이지 않는 그 집사님으로 인해 마음이 안타까워 저녁 8시 경에 다시 찾아 갔습니다.
집안에 불이 환하게 켜져 있어서 반가워 전화를 했는데 받지를 않아서 무조건 현관문을 두드렸더니 미국인 남편이 나왔습니다.
여행 갔다가 오늘 돌아왔고 아내인 집사님은 피곤하여 누워 있다고 했지만 만나고 싶다고 했더니 안으로 들어가고 집사님이 나와 반갑게 맞아 주었습니다.
집사님은 4년 전부터 우울증이 생겨서 약을 먹었는데 작년부터 더 심해져서 더 많은 용량의 약을 먹는다고 했습니다.
차분하게 말은 하고 있었지만 그 마음속에 분노의 응어리가 있어서 용서가 되지 않는 그 무엇인가 있는 듯이 보였습니다.
한동안 남편 따라 미국교회를 나가다가 한국에도 다녀오고 3주 째 다른 한국교회에 나가고 있는데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계속 수박 겉핥는 식으로 빙빙 돌려 이야기를 하다가 성령님께서 그 마음을 열게 하셨고 자신이 받아 온 상처에 대해서 솔직하게 이야기를 하며 묻는 것이었습니다.
“교회에서도 학벌이 중요합니까?”
자신이 섬기는 목장의 목원들은 모두 학력이 높은 사람들이라 그 학벌 때문에 목자로써 자존심이 많이 상했던 것입니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결국 아무것도 아닌 것 때문에 오랫동안 자존심 싸움을 서로 해 온 것이었습니다.
겉으로는 친한 척 하고 섬기며 함께 기뻐하기도 했지만 내면으로는 자존심 때문에 오히려 목원들에게 강요도 하고 반목해 왔던 것입니다.
보통 자존심이 세다고 하는 사람들은 알고 보면 자존감이 약한 사람입니다.
자존감이 약한 사람은 작은 지적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심각하게 대응하는 것입니다.
본인이 스스로 형편없다고 생각해 왔고 억지로 숨기려 했는데 그것이 남에게 드러난다면 너무 비참해진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자존감이 약한 사람일수록 남에게 굽히면 자기가 끝장난다고 생각해 끝까지 지지 않으려고 알면서도 고집을 부립니다.
목자는 한 가정의 가장과 같아서 목원을 위해 기도하며 실제적으로 돌보며 섬김의 본을 보여 주어야 함에 대해 이야기를 했습니다.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 그런즉 이제 내가 사는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것이라 이제 내가 육체 가운데 사는 것은 나를 사랑하사 나를 위하여 자기 자신을 버리신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믿음 안에서 사는 것이라”(갈라디아서 2:20)
말씀을 나누면서 우리 모두는 입술로는 고백하면서도 사실은 십자가에 죽은 것이 아니라 죽은 척 한 것입니다.
죽지 않은 자존심 때문에 받은 상처로 인해 괴로워하고 우울증까지 생기는 것입니다.
그 상태로 어느 교회를 가든지 회복될 수 없고 그 문제의 근원지로 돌아가서 용서와 사랑이 이루어질 때 치유될 수 있으며 자존감이 높아질 수 있다고 했습니다.
하나님과 인간관계를 올바로 할 때 십자가의 은혜를 경험할 수 있고 껄끄러운 관계를 예수 안에서 용서와 사랑으로 화해하면 마음에 평강이 있다고 권면해 주었습니다.
얼마동안 따지고 자기주장이 옳다고 우기던 집사님은 갑자기 벙어리 같이 고개를 숙이고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세 시간이 넘도록 하나님의 말씀을 통해 성령님의 역사하심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자신이 무엇이 잘못 되었는지를 깨닫게 해 주셨고 부정적이 아니라 매사에 극정적인 사고로 살아가야 함을 알게 해 주셨다고 했습니다.
처음에 무겁던 대화가 아침에 햇살이 비춰 밝아지듯이 마음이 밝아지고 평안해 지면서 앞으로 잘 해나갈 것이라고 다짐을 했습니다.
우울증은 세상의 모든 사람이 갖게 되는 증상인데 많은 경우 외부에 노출시키지 않아서 일뿐이지 누구나 증상을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마음에 생겨서 마음이 앓는 병이지만 병의 원인이 있다는 것은 다른 질병과 같다고 합니다.
우울증이란 우울증을 유발할 수 있는 상대적인 요인이 없어지기 전에는 그리고 우울증을 이겨나가려는 굳은 의지가 생기기 전에는 없어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자신의 감정보다 능력 있는 하나님의 말씀을 전적으로 의지할 때 해결이 가능한 것입니다.
그 집사님은 사랑이 많으신 하나님, 용서하시는 하나님, 우리 한사람 한 사람을 자녀로 귀하게 여기시고 인정해 주시는 하나님을 입술로 고백했습니다.
사람의 말로 할 수 없는 것을 성령 안에서 지혜를 주셨음에 감사하며 기뻐할 수 있었습니다.
“말의 지혜로 하지 아니함은 그리스도의 십자가가 헛되지 않게 하려 함이라”(고린도전서 1:17)